찌아찌아족 한글 없던 일?
현지, 서울市를 파트너로 원해 -
훈민정음학회와 관계 끊고 학회파견 한글교사 비자 안줘…
서울시는 "직접 지원 안된다"
"요즘도 아이들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옵니다. '선생님 언제 오세요?' '오실 때 선물 잊지 마세요' 같은 내용입니다. 영문도 모르고 있을 아이들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지난해 1년간 인도네시아 부톤섬 바우바우시(市) 현지에서 찌아찌아족(族) 초등학교 한 곳에서 한글을 가르쳤던 정덕영(51)씨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현지의 1년 경험을 적은 책 '찌아찌아 마을의 한글학교'를 펴낸 그는 지난 연말 짐도 그대로 둔 채 '잠깐 다녀온다'며 귀국했다가 발이 묶였다. 바우바우시가 초청장(비자)을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글 수출'로 관심을 모았던 인도네시아 소수 민족 찌아찌아족 대상 한글 문자 도입이 난관에 부딪혔다.
바우바우시가 한글 보급을 추진한 훈민정음학회와 관계 단절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바우바우시 시장은 지난 3월 서울시에 보낸 공문을 통해 "훈민정음학회는 더 이상 협력 파트너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며 "지난 1년 동안 협력 관계가 거의 단절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씨 귀국 이후로 10개월째 다른 한국인 교사도 부임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한글 문자 보급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기대와 오해, 현지의 복잡한 사정이 얽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훈민정음학회 측은 "행정적 권한을 가진 바우바우시가 서울시만 바라보고 있다"고 말한다. 본격적인 한글 보급을 앞두고 2009년 말 한국을 방문한 바우바우시 따밈 시장 등 일행은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환대를 받았으며 문화·예술 교류 확대를 위한 의향서도 체결했다.
서울시는 당초 바우바우시에 문화센터를 짓고 도시 개발 사업에 협조할 의사를 내비쳤지만 검토 단계에서 예산 문제 등으로 백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9일 해명 자료를 내고 "서울시는 교육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지원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김한수 기자
조선일보 2011.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