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할머니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가파른 경사를 오르고 있었다.
할머니가 너무 힘이 드신지 애교 섞인 목소리로
할아버지에게
“영감∼ 나 좀 업어 줘!”
할아버지도 무지 힘들었지만
남자체면에 할 수 없이 업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얄밉게 묻는다.
“무거워?”그러자
할아버지가 담담한 목소리로,
“그럼 무겁지! 얼굴은 철판이지,
머리는 돌이지, 간은 부었지.
많이 무겁지 않으면 이상하지!”
그러다 할머니를 내려놓고
둘이 같이 걷다가 너무 지친 할아버지…….
“할멈, 나도 좀 업어줘!”
기가 막힌 할머니,
그래도 할 수 없이 할아버지를 업는다.
이 때 할아버지가 약 올리는 목소리로
“그래도 생각보다 가볍지?”
할머니가 찬찬히 자상한 목소리로
입가에 미소까지 띄우며,
“그럼 가볍지. 머리 비었지,
허파에 바람 들어 갔지,
양심 없지,
싸가지 없지……
너∼무 가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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