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0번째로 유네스코 등재… 108拜 통했을까요"

    •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조선일보 2018-07-06   SR1   [A23면]  

    국내 山寺 7곳 세계문화유산 등재,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종민스님 최종 심사 대표로 참석 후 귀국 "수행·신행 문화 보존하는 게 숙제"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순서가 공교롭게도 '1080'번째랍니다. 기도할 때 108, 1080, 3000배(拜) 올리는 불교 입장에선 1080이라는 숫자는 예사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저희끼리는 '지금까지 108배 올리는 심정으로 등재를 준비했다면 앞으로는 3000배 올리는 심정으로 잘 보존·관리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지난 주말 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가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바레인에서 열린 심사에 조계종을 대표해 참석하고 4일 오후 귀국한 총무원 문화부장 종민(宗敏) 스님은 5일 오전까지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번호를 따로 매기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등재된 1092개의 리스트를 등재된 순으로 꼽아보면 '산사'는 1080번째라는 것.


    이번 심사의 관심사는 7개 사찰이 모두 등재되느냐 여부였다. 지난 5월 초 사전 심사 때 유네스코 자문 심사 기구인 ICOMOS는 봉정사, 마곡사, 선암사를 제외한 4개 사찰만 등재 권고했다. 조계종으로선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4개 사찰이 등재 권고를 받은 건 다행이지만, 한국의 전통 사찰 전체를 대표한다는 의미로 7개 사찰을 묶어 '연속유산'으로 신청했는데 일부가 빠진다면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에 임명돼 문화유산 등재 작업을 이어받은 그로서도 가장 위기의 순간이었다. 이때부터 조계종과 문화재청, 외교부는 2개월 가까이 총력을 다했다. 조계종과 문화재청은 ICOMOS가 지적한 12가지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하는 자료를 준비했고 이를 알리는 데 외교 역량을 집중했다.

    마침내 지난달 30일 열린 회의에선 12개 항목 중 11개에 대한 소명이 받아들여져 '막판 뒤집기'가 이뤄졌다. "원래 여름에도 땀을 흘리지 않는 편"이라는 종민 스님은 "심사 때 실내 온도가 17도로 추웠는데도 손바닥에 계속 땀이 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특히 21개 의사국 중 일찍 귀국한 카자흐스탄을 제외한 20개국 대표들이 한국의 소명에 대해 지지 발언을 한 약 40분이 그렇게 길게 느껴졌다고 했다. "다른 나라는 7~8명만 지지하면 통과됐는데 모두가 지지 발언을 하니 그것 역시 불안했다"는 것.

    종민 스님은 "등재 확정 후 돌았던, '앞으로는 화장실 하나 지으려 해도 유네스코 허락받아야 한다' '방문객 수가 제한될 것'이란 이야기는 과장"이라고 했다. "유네스코가 '산사'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한 것은 1000년 넘게 수행과 신행(信行)을 이어온 공간과 문화를 잘 지키라는 취지이지, 불사(佛事)나 관광객을 제한하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 불교계로선 조화롭게 그 문화와 수행 풍토를 잘 이어가야 할 숙제를 받은 것입니다."

    조계종은 앞으로 '산사세계유산센터'를 만들어 해당 사찰·지자체와 협조해 7개 산사가 잘 보존되도록 하는 한편, 연등회와 발우공양(4개의 나무 그릇을 이용하는 스님들의 전통 식사법) 등 무형유산도 유네스코에 등재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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