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상술
김 주 석(사투리*) 월간 '에세이'에 기고
요새는 현금 대신 쓰는 카드가 흔해졌다. 백화점은 물론, 주유소조차 독자적인 카드를 발행하고 있어 현금이 필요 없을 지경으로 가나보다.
공중전화도 동전용은 줄어들고 카드용이 늘어나고 있으며, 고속도로 통행료도 카드가 편리할뿐더러 시내버스까지 표를 사는 번거로움을 카드란 게 덜어주어 고맙다.
카드란 것이 미리 돈을 받고 시나브로 사용케 하는 제도니 만큼 파는 쪽에선 손해 날 게 없는 장사인즉, 미리 받은 현찰에서 생길 이자 상당액을 소비자에게 되돌리는 건 마땅할 성싶은데......
그래서 그런지 지하철 정액권을 살라치면 덤이란 걸 얹어준다. 만 원 짜리 한 장을 들이밀면 10퍼센트나 덤을 붙여 일만 천 원 짜리 표를 주는 반면, 전화카드란 건 웬 턱인지 ‘제 털 뽑아 제 구멍에 꽂는 식’으로 덤도 에누리도 없이 염소가 종이돈을 씹어먹듯 통째로 냠냠 자셔버린다.
그런데 고속도로 카드는 에누리를 해 준답시고 만 원마다 동전 삼 백 원씩을 거슬러 주다가 오만 원을 넘으면 할인율도 5퍼센트로 늘어나 지폐 위에다 동전을 얹어주는데 이게 도무지 부편하다.
이렇듯 카드를 파는 ‘장사 속’은 ‘소뿔도 몫몫이요 염소 뿔도 각각’이라 그런지 에누리도 있고 덤까지 주는가 하면 곧이곧대로 등 엿장수 마음 대론데......
고속도로 카드를 파는 사람과 눈 높이가 다른 승용차나 화물차 운전자 사이에 동전 한 움큼씩을 주고받기도 버거울뿐더러 자칫 쨍그랑 소리와 함께 동전이 땅에 떨어지는 날에는 가뜩이나 혼잡한 요금소에서 뒤의 차가 빵빵 소리를 지를 테니 언짢아진다.
누구나 카드를 살 생각으로 주머니에서 꺼낸 현찰은 이미 쓸 작정을 한 돈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덤이나 거스름을 줘도 그저 ‘주는가보다’ 정도로 생각할 뿐 굳이 그걸 ‘덤’이다 ‘거스름’이다 하고 따지지 않는 법이다. 그걸 받아봐야 받는 쪽에선 푼돈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파는 쪽에서는 생각이 달라야만 한다.
경영학 강좌에서 들은 얘기다.
어떤 화교가 경영하는 옷가게에 알뜰 부인이 찾아 들었다. 부인은 십만 원 짜리 옷 한 벌을 고른 다음 짐짓 엄살을 섞어 만 원만 깎아 달라고 졸랐다.
이에 가게 주인이 ‘정찰제라 깎아드릴 수 없어 유감’이라 하자 부인은 샐쭉해졌다. 그러자 주인이 ‘에누리 대신 만 원 짜리 스카프를 덤으로 얹어드리면 어떻겠느냐’고 너스레를 떨자 부인의 입이 헤벌어졌다. 단순한 그 부인은 ‘에누리나 덤이나 그게 그거’라 싶었던 모양이다.
자, 그렇담 과연 ‘그게 그걸까?’ 구만 원 받고 옷 한 벌만 달랑 팔 때와 스카프를 끼워 십만 원 어치를 파는 것 중 어느 쪽이 실속파일까?
십만 원 어치를 판 쪽이 매출을 10 퍼센트나 높였으니 장한 일이고, 스카프를 끼워 판 건 스카프 생산의 활성화 측면에서도 한 수 위다. 매출이 10퍼센트나 늘었으니 자금 회전에 여유가 생길 터이요, 수익 또한 십만 원 쪽이 클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걸 일러 ‘중국인의 상술’이라 한다.
그렇다면 도로 카드처럼 에누리해 준답시고 주머니에서 꺼낸 전액을 매출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건 ‘상술’에 반하는 바보짓이 아닌감? 주는 현금은 통째로 받아 넣고 덤을 얹어주면 어때서? 지하철공사와 도로공사는 다 같은 공사급인데 왜 이리 상술이 다를까? 에누리 쪽에서 덤 쪽의 경영방식을 눈여겨보았으면 좋으련만...... 경영에도 자금 회전과 효율까지 챙겨야만 늘품수가 생길 터인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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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투리는 김주석의 별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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