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파라, 트렌드가 될 때까지"

100만부 인문학 저자 정민 교수
"지하철에서 구상 많이 해… 거기서 나온 책만 4~5권쯤"
"한문 단절된 세대, 오히려 고전에서 신선함 느끼더라
"

이번엔 다산 정약용(1762~1836)의 강진 유배 시절이다. 100만부 인문학 저자 정민 한양대 교수가 새로 발굴된 자료를 바탕으로 다산의 강진 시절을 재조명한 '다산의 재발견'을 펴냈다. '인문학은 어렵다' '인문학은 지겹다' 같은 편견이 도사리고 있는 우리 출판계에서 정민은 의미 있는 기록을 새로 작성해가고 있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보림) 42만부를 비롯해 10만~20만부가 팔린 '미쳐야 미친다'(푸른역사) '한시미학산책'(휴머니스트) '다산선생 지식경영법'(김영사), 그리고 '죽비소리'(마음산책) '옛사람 맑은 생각 다산어록청상'(푸르메) '살아있는 한자 교과서'(공저·휴머니스트) '아버지의 편지'(공저·김영사) 등 펴내는 책마다 2만~3만부씩 판매되는 파워 라이터다. 다산, 초의와 추사의 차(茶) 관련 문헌을 샅샅이 훑은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김영사)를 펴낸 지 불과 넉 달 만에 그가 다시 대작을 출간했다.

휴머니스트 제공

정민의 '파워'는 독자와 눈높이 맞추기에서 시작된다. 그는 한문이라는 장벽을 걷어내고, 전통문화의 진수를 맛깔스러운 글로 풀어낸다. 청·장년층뿐 아니라 청소년 독자까지 그의 독자층이 폭넓은 것은 바로 이런 미덕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한시라고 하면 한숨부터 나오고 눈앞이 빙빙 돌았는데 한시가 한층 가깝게 느껴진다" "고등학생인데 하루 30분씩 6일 만에 다 읽었다"는 서평이 올라온다. 자신의 저서 제목처럼 '미쳐서(狂) 미쳐(及)가는' 정민에게 공부와 책 쓰기에 대해 물었다.

―집필 구상은 어떻게 하나?

"기본적으로 그때 연구하는 것을 책으로 묶는다. 전철을 탈 때는 메모 공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번역도 하고, 집필 구상도 한다. 전철에서 쓴 책만 4~5권 될 거다."

―언제 베스트셀러 저자라는 걸 실감했나?

"'한시미학산책' 때이다. 내가 흥분하고 감동한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쓰다 보니 삶의 코드가 맞았던 것 같다. 독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아, 이분들이 우리 전통문화에 대해 굶주려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책을 쓸 때 독서시장 트렌드를 염두에 두나?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인 셈이다. 대학진학 때도 법학과, 경영학과가 인기였지만 인문학, 그것도 영문과도 아닌 한문을 택했고, 선배들이 거대담론을 이야기할 때 고전 텍스트를 파고들었다. 다만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은 피터 드러커 등 서양 학자들에게 온통 쏠려 있는 게 안타까워서 우리에게도 이런 전통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트렌드가 따라온다는 이야기인가?

"운이 좋았다."

―기대했는데 덜 팔려서 섭섭한 적은?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효형출판)와 '꽃들의 웃음판'(사계절)이 그렇다. 도판도 많이 넣고 공을 들였는데 아깝다."

―독자들이 왜 읽는다고 생각하나.

"한글세대라는 점이 오히려 우리 전통을 객관화·타자화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우리 것이 낯설고, 서양 것이 친숙해졌다. 한자문화가 그대로 이어졌으면 '낡은 것' '지겨운 것'이었을지 모를 우리 고전이 '낯선 것'이 되면서 오히려 신선하고 감동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

―다산 다음은 어디인가?

"연암(박지원)으로 돌아갈까 한다. 새로 발굴되는 자료가 많다. 다산은 곰살맞고 친절하고, 연암은 파워풀하다."

―무슨 뜻인가?

"다산은 농사이야기를 하면서도 어디엔 뭘 심으라고 구체적 매뉴얼을 제시한다. 그대로 따르면 된다. 그러나 연암은 질문만 던지고 헝클어 놓고 도망간다. 답은 혼자 찾으라는 것이다. 이제부터 한 10년은 그 답을 찾으려 한다."

김한수 기자(우리 큰아이)

조선일보 2011.08.27.

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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