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이 움켜쥔 미국 경제

中·싱가포르 등 수퍼 리치 국가, 美 경제 위협… "한국도 잠재적 그림자 시장"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맥 못 추는 미국 경제 그리고 급부상하는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 등 신흥국과 아랍 산유국에 대한 미국인의 공포를 반영한 책이다. 미국의 경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부와 지정학적 권력이 융합한 글로벌 결합체, 눈에 보이지 않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결합체'를 '그림자 시장'이라 부른다. 여기엔 사모펀드와 헤지펀드의 솜씨 좋은 기술자들을 끌어들여 부를 극대화하는 국부펀드가 세계 시장을 실질적으로 조종하고 있다는 우려와 '지정학적 권력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한다'(358쪽)는 무력감도 깔려 있다.

◇미국의 완패로 끝난 경제 워게임

2009년 3월 미국 존스홉킨스대 전쟁분석연구소에서는 전쟁 시뮬레이션이 벌어졌다. 무기는 달러와 채권, 주식. 병력은 수십명의 정부 관리, 경제학자, 헤지펀드 중개인, 월스트리트 은행 임원들. 이틀간의 '전투' 결과는 미국의 완패, 중국의 승리였다. 2010년 현재 미국에 대한 최대 채권국(9000억달러)이자 세계 최고 외환보유고(2조5000억달러)를 가진 중국은 미국을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 세계 경제를 호령하다가 이젠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넣었다가 3개월 만에 꼬리를 내리게 된 것이 미국의 지금 현실. 저자는 '그림자 시장'의 멤버로 중국과 산유국, 싱가포르, 노르웨이 같은 수퍼 리치 국가들을 꼽는다. 돈이 말라가는 유럽연합에 대해서는 '경제적으로는 강력하지만 지정학적으로는 약소한 기구'라고 평가한다.

◇한국도 그림자 시장 멤버?

저자가 명시적으로 한국을 그림자 시장 멤버로 꼽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책에선 2009년
대우인터내셔널의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농지 매입(215쪽),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의 미국 내 공장 건설(353쪽)을 예로 든다. 한국을 잠재적 그림자 시장 후보군으로 분류한 셈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알짜 기업을 외국에 헐값에 넘겼다고 분개했던 우리 입장에서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저자는 그러면서 '미국에 투자한 나라들이 실제로 미국을 지배한다. 그들은 사실상 미국 주식회사의 주주다'(35쪽), '미국의 온갖 기업들은 전 세계 부자 나라와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부자가 될 기회를 갖게 될 것'(357쪽)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조직이라고 해도 '그림자 시장'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구체적 케이스도 부족해 과도한 엄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김한수 기자

조선일보 2011.10.05

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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