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역어:
신라어로부터 현대 한국어까지
최명옥(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지금까지 필자는 <경주>지역어와 신라어, 고려어 및 15세기 조선어와 관계에 대해서 논의하여 왔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1] <경주>지역어와 신라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논의되었다. 향가에서 발견 되는 부사형어미 //-아//의 모음조화 예외, 소유 표시 ‘下’(해), 문 속에 의문사가 있고 없음에 따라 사용되는 의문종결어미 ‘-古’(-고)와 ‘-去’(-가), 명사말의 ‘ㄹ’ 뒤에서 실현되는 어미초 ‘ㄷ’의 경음소화 등이 그것이다. 비록 그 수가 많지는 않다고 하더라
도, 그들 현상이나 사실은 <경주>지역어에 한정되거나 <경주>지역어가 확산된 동남방언에 한정된다. 이 사실은 <경주>지역어와 신라어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말해 주며 동시에 <경주>지역어가 신라어를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2] <경주>지역어와 고려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논의되었다. <보현십원가>에서는 부사형어미 //-아//가 모음조화 예외 현상이 논의되었다. 그리고 ≪계림유사(鷄林類事)≫에서는 ‘猫’에 대한 ‘鬼尼’(고니)와 ‘剪刀’에 대한 ‘割子蓋’(개), ‘誰何’에 대한 ‘餧箇’(누고)에 나타나는 의문법 종결어미 ‘箇’(-고), 명령법 종결어미 ‘坐’의 명령형 ‘阿則家囉’에 나타나는 명령법 종결어미 ‘家囉’(-가라) 등이 논의되었다. 이것들의 방언형이나 사용 예가 모두 <경주> 중심의 동남방언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점에서 ≪계림유사(鷄林類事)≫에 수록된 말이 <금성>에서 <개경>으로
이주한 신라 귀족층의 말이라고 보았다. 이 사실은 <금성>의 언어 즉, <경주>지역어가 고려시대에도 품위 있는 상위의 언어로 인식되고 <개경>지역어에 영향을 끼쳤을 것을 말해준다.
[3] <경주>지역어와 조선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논의되었다. 여기서는 15 세기 훈민정음으로 기록된 문헌어를 대상으로 하였다. 음운면에서 ‘ㅸ’와 ‘ㅿ’ 그리고 성조소와 부사형어미 //-아//의 음운현상과 문법면에서 문 속에 의문사가 있고 없음에
따라 달리 사용되는 해라체 의문법 종결어미와 하쇼셔체 의문법 종결어미와 서술법 종결어미였다. 그에 대한 논의 결과, ‘ㅸ’와 ‘ㅿ’가 <경주>지역어의 고대어인 신라어 시기 (=고대 한국어)에 음소로 존재했을 가능성을 확실히 했다. 그리고 15세기 문헌어에 존재하는 성조소가 현재 <경주> 중심의 경북방언에 한하여 그대로 존재하며 문 속에서
의문사의 유무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해라체와 하쇼셔체 의문법 종결어미가 <경주> 중심의 동남방언과 경북방언에 거의 한정되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조선 초 훈민정음으로 된 문헌어에 당시의 <경주>지역어가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이상과 같은 사실은 <경주>지역어가 신라어의 계승자이며, 신라어 그 중에서도 <금성>지역어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도 상위의 언어로 인식되어 고려어와 조선어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금성>지역어는 오늘날 <경주>지역어의 조
어(祖語)이므로, 고대 한국어나 중세 한국어 그리고 현대 한국어 연구에서 <경주>지역어는 중요시되지 않으면 안 된다.
<경주> 시민들과 <경주>의 행정 담당자들은 <경주>가 고대 한국어와 중세 한국어와 현대 한국어의 발상지라는 사실에 긍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긍지에는 그에 대한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지금 거의 소멸되고 있는 전통적인 <경
주>지역어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편리하고 정교한 새로운 것을 발명하며 우리 주변에는 지금 구하지 않으면 다시는 구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진귀하고 새로운 것들이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과학자들은 더 편리하고 정교한 것을 발명할 것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진귀하고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져 나올 것이다. 지난 몇 십년 동안에 우리는 그러한 사실들을 확인해왔다. 그러나 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무리 우수한 연구자들이 노력한다 하더라도 아무리 많은 돈을 지불한다 하더라도 다시는 발명할 수 없고 만들 수 없
는 것이 있다. 그것은 소멸해버린 언어다. 그러한 언어에 속할 수 있는 것이 전통적인
<경주>지역어이다. 우리가 소멸되어 가는 전통적인 <경주>지역어를 지금 조사해 놓지 않으면 이 언어가 소멸해버릴 경우에는, 아무리 오랫동안, 엄청한 돈을 지불하고 우수한 연구자들이 힘을 합친다고 하더라도 다시는 그 언어를 소생시킬 수는 없다. 전통적인 <경주>지역어의 조사는 시간과 비용 때문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일은 <경주> 시민들과 <경주시>가 공동으로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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