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돈 낸 돼지 재보자; 박동준
때: 1983. 10. 01. 채록, 곳: 경주시 건천읍 용명리 장승마을
그것은 뭐, 주점에 가서 말이지. 정만서가 술을 먹으면
외상이라고 하곤 돈을 안 주거든, 돈을 안 주니까, 인제
그 주모에게 애를 먹이려고 말이지, 옛날에는 그 술을 빚으려면 인제,
술밥인 지에밥을 많이 쪄서, 멍석에다 널어놓는데 말이지
널어놓으면 인제, 그것을 말려서 술을 빚거든, 빚는데 (식혀야지.)
그래, 말리고 식히는데, 그러니 정만서가, 턱 걸터앉아서,
마루에 걸터앉아서 말이지.
“주모, 술 한 잔만 달라.”고 하니까
“외상술은 못 주겠다.” 이러거든.
그 참, 주모가 술을 안 주니까 먹을 수가 어디 있느냐 말이지.
그래 주모가 그만 인제, 밖으로 물동이를 이고 물을 이러 나가는 거라.
나가는데, 돼지우리가, 거기 돼지가 여러 마리 있었거든…….
우리 속의 돼지들을 모조리 문밖으로 나오도록 해버린 거라.
나오게 해버려 놓으니까 뭐. 그야, 지에밥을 오죽이나 잘 먹겠느냐 말이지.
지에밥은 쌀을 가지고 □□□□ 돼지들이 막 똥 묻은 발로 막 그 놈을
마구 짓밟아 가며 먹으니 그만, 안 쫓아내는 거라. 자기가 들어가라고
문을 열어 놓은 사람이 쫓아낼 턱도 없지, 그래서 주모가 말이지,
물을 이고 들어오니까, 돼지가 막 그만 마답을 만들고 있거든, □□□□
지에밥을 쪄서 멍석에 널어놓은 데 와 가지고 그래서 그만 인제
“돼지들을 좀 안 쫓아준다” 고 말이지, 쫑알대니까
“나는 돼지는 맞돈을 내고 먹는 줄 알고 쫓지 않고 그냥 놓아뒀다”고 이러거든.
허허허허.
그렇게 어긋나게 말을 붙인다고 하더군, 그 사람이……. 장만서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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