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오마이갓] 머리 기른 부부가 함께 성직 활동하는 불교, 진각종
오늘은 불교 진각종(眞覺宗)의 남녀 성직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진각종은 1940년대에 탄생한 ‘젊은 종단’입니다. 울릉도 출신의 회당(悔堂) 손규상(1902~1963) 대종사가 1947년 창종했습니다. 경주의 위덕대와 대구의 심인중고교, 서울의 진선여중고 등 교육기관과 진각복지재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진각종의 정식 명칭은 대한불교진각종으로 ‘불교’를 표방하고 있습니다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불교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남녀 성직자 모두 삭발을 하지 않고 머리카락을 기릅니다. 남성 성직자는 정사(正師), 여성 성직자는 전수(傳授)라 부르고 성직자를 통칭해서는 ‘스승’으로 호칭합니다. 진각종 남녀 성직자는 결혼할 수 있고, 결혼해서 부부가 함께 성직자로 활동합니다. 복장도 평상시에는 남자는 밤색 양복, 여성도 밤색 양장을 입습니다. 진각종의 법당인 심인당(心印堂)에는 불상도 없습니다. 대신에 ‘옴마니반메훔’이라는 여섯 글자를 새긴 진언이 있습니다. ‘육자진언(六字眞言) 옴마니반메훔’을 신행(信行)의 핵심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불교인듯 아닌듯한 불교 종단입니다. 그런데 진각종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는 창종 때부터 의도한 결과라고 합니다. 진각종에서는 “초창기부터 대종사께서 ‘진각종은 이단처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모든 면에서 기존 전통 불교와는 달라야 한다, 차별화돼야 한다는 말씀이지요.
진각종은 1916년 문을 연 원불교와도 다릅니다. 원불교는 30여개 불교 종단이 가입한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진각종은 가입하고 있습니다. 진각종보다 30년 정도 먼저 시작한 원불교 역시 생활불교를 표방합니다. 원불교의 법당인 교당(敎堂)에도 불상은 없고 정면에 진리를 상징하는 둥그런 원, 일원상(一圓相)이 자리하고 있지요. 원불교 역시 남녀가 모두 성직자가 될 수 있지만 진각종처럼 결혼해서 부부가 함께 성직자로 활동하지는 않습니다. 남성의 경우는 결혼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여성은 최근까지는 성직자가 되기 위해선 정녀(貞女) 서약, 즉 독신서약을 해야 했지요. 이 여성 독신서약이 차별이라는 의견이 제기돼 최근에 폐지됐습니다. 또 여성 성직자들이 입었던 흰 저고리, 검정 치마 역시 양장 복장도 가능하도록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진각종은 창종 초기부터 남녀가 결혼해서 성직자로 함께 활동하고 머리도 삭발하지 않고, 복장도 보통 사람들처럼 양복과 양장을 착용하고 활동하게 한 것이지요. 한마디로 외모만 보아서는 불교 성직자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모든 면에서 전통 불교와 차별화된 진각종은 그래서 산중(山中)에서 도심으로, 몸의 출가[身出家]가 아닌 속세에 살면서 마음으로 출가[心出家]를 하는 것으로 다릅니다. 생활불교·실천불교를 표방하며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모토로 일상 생활 속에서 보통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불법을 실천한다는 것입니다. 진각종에서는 이를 그리스도교가 독신 성직자 제도의 가톨릭에서 성직자의 결혼을 허용하는 개신교로 나뉘었듯이 출가 불교에서 재속 불교로 분화된 것으로도 설명합니다.
특히 부부 성직 제도는 불교의 어떤 종단과도 다릅니다. 진각종은 1947년 창종 당시부터 부부 성직제도를 운영해 왔다고 합니다. 회당 대종사부터 부인 원정각 총인과 함께 활동했다고 합니다. 초기부터 성직자에 대해서는 ‘정사(正師)는 법사(法師)나 승려와 달라서 부부생활을 하고 세상에 머물면서’라고 규정했다지요. 이는 독신 출가보다는 부부생활을 하게 되면 보통 사람들의 심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교화해야 한다는 정신이라고 합니다. 진각종의 승려법엔 교직자의 결격 사유를 다룬 14가지 항목이 있는데 모두 ‘원만한 부부생활·가정생활’을 이루지 못한 경우를 다루고 있습니다.
진각종의 성직자(스승)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먼저 진각종 교도(신교도)로 7년 이상의 신행생활을 한 후, 입교(入敎)를 원하면 스승의 추천을 받아 입교합니다. 입교란 행정직원(종무원)이 되거나 성직자가 될 준비를 하는 과정을 의미하지요. 입교한 후에 거쳐야 할 과정은 진각대학원입니다. 구세군과 마찬가지로 일반 대학을 졸업한 후 진각대학원에 입학해 2년의 기본과정(인증과정)과 전문과정(본과정) 2년 등 4년 과정을 마치면 석사 학위와 함께 스승임용자격을 갖게 됩니다. 진각대학원 과정은 반드시 부부가 아니라 독신 학생도 입학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독신스승도 발령을 내지만 스승 발령을 받으려면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요. 독신자의 경우는 ‘교화스승’, 결혼하게 되면 ‘부부스승’이 된다고 합니다.
총본산은 서울 성북구 월곡동에 있고, 진각종은 현재 전국적으로 남녀 스승은 220여명, 심인당은 110개가 있습니다. 남녀 성직자의 역할은 구분됩니다. 부부가 심인당을 맡아 교화활동을 할 때에도 남성 성직자는 종단 업무 등 ‘바깥일’을 겸하는 경우가 많고 여성 성직자는 교도들의 세세한 생활을 챙기는 경우가 많답니다. 주로 여성들이 개신교의 심방처럼 가정방문을 하기도 하고, 천주교의 고해성사처럼 1대 1로 상담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불교 신자들은 개신교나 천주교 신자에 비해 사찰 행사에 자주 참석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나 진각종 교도들은 신행생활이 상당히 타이트하다고 합니다. 진각종은 양력으로 신행활동을 하는데, 매주 일요일과 수요일은 심인당을 찾아 불사(佛事·법회)에 참석하고, 월초(月初) 1주일은 월초불공이라 해서 불사에 참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또 연중 부처님오신날을 비롯한 7대 명절에도 참석하는 등 신실한 신자는 1년 중 절반 이상은 심인당에 출석한다고 합니다. 그외에도 심인당에 가지 않더라도 매일 집에서 정해진 시간에 옴마니반메훔을 염송하는 정시정송 수행을 해야 하고요. 심인당 공식 불사 때에는 심인당 왼쪽 앞에는 정사가 자리하고 그 앞으로는 남성 교도들이 앉고, 오른쪽 앞에는 전수가 자리하고 그 앞엔 여성 교도들이 앉습니다.
성직자가 부부로 활동하다가 사별하거나 이혼한 경우는 어떨까요? 현재 진각종은 사별의 경우는 남은 한 명이 계속 교화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혼하거나 부부 중 한 명이 다른 종교로 개종할 경우엔 부부 두 사람 모두 교화활동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성직자 가운데 이혼한 경우는 없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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