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 도둑 제보자: 이기수
때: 1983. 12. 06 채록, 곳: 경주시 건천읍 용명리 장승마을
그래 이제, 짝패인 지번이랑 한번은, 서울로 턱 올라가는데,
“자, 우리가 영남을 다 털어먹었으니 우리가 이제는 서울로 가서 좀 놀아보세.”
지번이와 짝패가 되어 서울로 올라가는데, 중간에 가다가 하니까,
어디서 명주 베 짜는 소리가 딱 딱 나거든, 그걸 이제, 자기네는 이제 그걸, 그 소릴 알거든, 그럴 때쯤이면 이제 무슨 베를 짠다고 하는 것을 잘 알거든. 명주 베를 짜면, 바디집 치는 소리가 좀 ‘따악, 따악’ 하고 나는구먼, 좀 심하게 나지.
“지번이 자네가 들어 봐라. 저 명주 베 짜는 저것이. 지금 끝마치는 것이냐, 아니면 처음에 시작하는 것이냐?”
“그 내가 들어보건 데는 지금 곧 마치는 거다.”
“됐다. 이 근방에서 숨어 있다가, 오늘 저 명주 베, 비단 저것, 한 필을 가져가자.”
하하하하, 그래서 이제, 아 그날 저녁에 이제, 저 집에서 이제, 베 짜기를 다 마쳤거든. 다 마쳐서 이제
(소리만 들어도 아는지요? 처음 짜는지? 다 짜 가는지를?)
조것은 이제, 저 바디집 치는 소리만 듣고서도 알아요.
다 되어 가면 찰깍, 찰깍 하는 소리가 나거든. 고 소리를 듣고서, 곧 끝날 줄 알았어.
얼마나 빈틈없는 놈들인 줄 아니? 저 사람들이. 그래서 이제 베를, 저 여자가 이제,
아, 행여나 밤에 쥐가 쏠까 위태로워 가지고, 똘똘 말아서, 저녁을 해 먹은
솥 안에 갖다가, 딱 넣어 놓았거든. 넣어서는 소댕을 딱 덮어놓았단 말이지.
그럭저럭, 그 울타리 밑에 가서, 이제 은신을 해서 듣고 있지, 듣고 있는데
시어머니가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제 부엌에서 쥐 소리가
갉작갉작하는 소리가 자꾸 나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저 사람들이 요렇게, 쥐 소리처럼 갉작갉작 냈거든
(담을) 넘어 들어가서 하니까, 시어머니가 하는 말씀이,
“얘야 며느리아가, 저 아기가…….”
쥐도 이제 ‘아기’라고 했거든, ‘아기 쥐’라고 말하거든,
“아기가 어디서 갉작갉작 하는 소리가 나는데. 베를 짜서 어디다가 놓아 뒀니?
혹시 버릴라.” 이러거든.
“아이고, 어머님, 걱정 없습니다, 솥 안에다 넣어 가지고서
소댕을 꼭 닫아 놓았습니다.” 이러거든.
‘옳다, 됐다.’ 이제, 그래서 그만 살짝 가서, 소댕을 가만히 열고는 그만
비단을 꺼내어서 도망가 버린 거야.
(그럼 도적이잖아요?)
도둑이지. 그것은. 그래 여기, 계속 길을 가서 이제,
서울에 가서 이제, 기생방에 가서 마구 퍼먹고 놀거든.
그것을, 훔친 비단을 가져가서. 그럴 때 비단 한 필을 가져가면 돈이 많거든. 또
이런 식으로 놀아먹었다 이거라.
(그러니 반 강도고 반 도둑이네요)
응. 그런 셈이지. 정만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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