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개발시대 생생한 비화
"요새 소양강 댐을 놓고 이러니저러니 말들이 많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1967년 어느 날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기획원 국장이던 저자에게 불쑥 물었다. 장기영 부총리, 서봉균 재무장관, 주원 건설장관, 김학렬 경제수석 등 기라성같은 인물들이 함께한 자리였다. 좋은 안줏거리가 있다며 불러 모았지만 진짜 목적은 건설될 소양강댐의 높이를 두고 벌어진 부처 간 갈등을 끝장내려는 것이었다. 저자가 "높이를 높여 다목적댐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대답하자, 내심 같은 생각이었던 박 대통령은 "더 이상 재론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못을 박아버렸다. 경우에 따라선 실무자들에게 바로 의견을 구한 박정희 스타일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은 초대 주중(駐中)대사를 역임한 저자가 경제기획원 근무 시절 직접 체험한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개발 연간의 기록이다. 제2정유 사업자 선정을 두고 럭키금성(LG)과 한국화약(한화)이 벌인 경쟁, 정계 실력자들의 갈등으로 비화한 종합제철소 위치 선정을 비롯해 생생한 일화가 가득하다. 저자는 박정희 패러다임과 경제 개발의 핵심적 성격으로 ▲공업화 투자 ▲외국에서 자본·기술 도입하는 개방체제 전략 ▲창업기업가 입장에서 모든 과정 직접 지휘·감독 등을 꼽는다.
박정희 패러다임
황병태 지음|조선뉴스프레스|327쪽 | 1만3000원
김한수 기자
조선일보 2011.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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