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살리는 김과장, 망치는 이도 김과장
[팔로워(follower) 5가지 유형]
무관심자 - 제일 나쁜 팔로워
방관자 - 무임승차형… 조직의 문제 유발자
참여자 - 집단의 이익 위해 진실 은폐하기도
운동가 - 잘못된 기존 질서 바로잡으려는 신념가
완고주의자 - 리더보다 더 리더역할, 전장의 군인이 대표적… 나는 어디에 속할까?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이자 리더십 연구 전문가인 바버라 켈러먼의 2008년 저서 '팔로워십'은 상징적이다. 켈러먼은 '나쁜 리더십' '리더십' '여성과 리더십' 같은 책을 펴낸 리더십 전문가였다. 그런 전문가가 이젠 방향을 반대로 돌려서 '팔로워십'에 주목한다. '리더십(leadership)'의 시대는 가고 '팔로워십(followership)'의 시대가 오는 것일까.
"타인의 관습을 따르기보다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하는 카우보이" 기질을 가진 미국 사회에서 '팔로워'는 모욕적 단어였다. 그래서 1980년대 이후 리더십이 그렇게 관심을 끄는 동안에도 '팔로워'라는 단어 대신 구성원(constituent) 동료(associate), 멤버(member), 부하(subordinate) 같은 단어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러나 이제 본격적으로 '팔로워'란 단어가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 ▲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저자는 팔로워를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눠 역사적·사회적 사건 속에서 그들의 역할을 분석한다. 다섯 부류는 무관심자(Isolate) 방관자(Bystander) 참여자(Participant) 운동가(Activist) 완고주의자(Diehard)(137쪽)이다.
무관심자는 문자 그대로 아무 관심 없는 사람으로 제일 나쁜 팔로워다.
방관자는 '무임승차자'로서 자신이 속한 조직에 문제가 되는 유형. 나치의 유대인학살에 대해 방관한 독일인과 유럽, 미국의 정치인들이 여기 속한다. "악이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선한 자들의 침묵"이라는 에드먼드 버크의 격언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참여자에 대해 저자는 미국의 제약사인 머크(Merck)를 예로 든다. 이 회사는 1990년대 말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를 시판했다가 심장질환 유발을 이유로 엄청난 송사에 휘말렸다. 이 회사의 하버드 박사 출신 간부 등은 부작용 가능성을 알면서도 축소했다. 저자는 이들을 '나쁜 참가자'로 규정한다. 기술적·의학적으로 문외한이었던 리더(CEO)를 잘못 안내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은 머크사가 이 약의 개발에 너무도 많은 투자를 한 것을 알고 있었고, 리더의 지시를 따르기보다는 "반드시 1등을 해야 하고 성공해야 한다는 참여자들 스스로의 신념 때문에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운동가의 경우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성학대 사건을 공개한 이들을 예로 든다. 성직자의 권위와 위계질서가 엄격한 가톨릭 사회에서 "백발에 단정한 옷차림으로 나긋나긋한 말투를 지닌 사람들이 대부분"(254쪽)이었던 '신념자의 목소리'(VOTF)라는 단체는 결국 관련자들을 사퇴시키고 유죄판결을 이끌어내는 등 잘못된 기존 질서를 바로잡았다.
'완고주의자'는 '죽음을 각오하는 사람들' 즉 상황에 따라 리더보다 더 리더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전장에서의 군인이 대표적이다.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고상하게 앉아서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들이 바라는 것을 하는 날은 이제 끝났다. 팔로워를 무시하고 그들의 존재를 잊은 리더는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15쪽)라고 책을 시작한 저자는 "리더가 팔로워에게보다는, 팔로워가 리더에게 더욱 중요한 존재"(357쪽)라고 결론을 맺는다.
그렇지만 책은 '어떻게 잘 따라가서 개인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가' 같은 '팔로워 성공비결·생존비법'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저자는 팔로워에게 리더와의 공동책임을 강조한다. 팔로워는 때로는 리더보다 더욱 높은 도덕성과 판단력,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방관하지 말고, 리더를 옳은 길로 인도하고, 내부고발도 하고,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해야 좋은 팔로워라는 이야기다. 리더도 힘들겠지만, 팔로워 노릇도 보통 어려운 게 아닌 세상이다.
켈러먼의 책과 함께 국내 저술가인 신인철씨가 국내외 사례 중심으로 팔로워십을 정리한 '따라야 따른다'(한스미디어)도 이번 주 출간돼 '팔로워십'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팔로워십
바버라 켈러먼 지음|이동욱·김충선·이상호 옮김 | 더난출판|424쪽|1만6800원
김한수 기자(우리 큰애)
조선일보 201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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