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뚜껑니노’와 피땅콩
(배꼽을 누르면 열릴 것이니라)
사투리 씀.
사람들은 음력 정월대보름이 되면 예외 없이 ‘부럼’이라고 해서 딱딱한 열매류인 땅콩, 잣, 호두, 밤, 은행 따위를, 한 해 동안 부스럼이 생기지 말라는 의미를 담아 깨어먹곤 하는데, 이는 겨울동안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지방분을 보충함으로써 건강을 증진시킴과 동시에 피부를 윤활하게 하여 부스럼을 방지하려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민속의 하나다.
우리가 정월대보름께 흔히들 까먹는 ‘땅콩’이란 말에는 다양한 뜻이 포함되어 있다. 첫째는 식물의 이름이고 그 다음은 땅에서 캐어낸 겉껍질이 있는 그 식물의 열매이고, 다른 하나는 굽거나 익힌 다음 겉껍질을 까서 얇고 빨간 속껍질만 남아있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빨간 그 속껍질마저 벗겨내어 하얀 속살을 완전히 들어낸 먹을거리를 지칭한다.
우리가 즐겨 먹는 것은 속껍질이 붙어 있는 땅콩으로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빨간 속껍질을 일일이 벗긴 다음 입에 털어 넣는 습관이 있는데, 속껍질을 벗기는 것보다는 그 껍질을 통째로 먹는 것이 우리 몸에는 좋다. 맛이 이상할 것으로 착각들 하기 십상인데, 시험 삼아 건강을 위해서 한번만 시도해 보시라. 참으로 먹기 거부한가? 그렇다면 물총새나 갈매기가 언제 고기비늘이나 창자를 떨어내고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단 말인가? 사과나 참외도 껍질째 먹는 것이 껍질을 깎고 먹는 것보다 우리 건강에 이롭다. 이것이 바로 완전식품이란 것인즉.
그런데 ‘피땅콩’인 경우 대체로 보면 사람들이 자주 까먹어본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피땅콩에서 땅콩 알갱이를 발라내는데 서툰 사람이 적지 않은 편이다. 가만히 지켜보노라면 피땅콩을 마구 비틀어서 까보겠답시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도 있고 입으로 물어뜯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땅콩의 허리를 두 동강을 내고서 힘겹게 까먹는 사례를 보게 되는데, 이때 피땅콩의 겉껍질을 보다 쉽게 까는 요령이 한 가지 있으니...... 그 요령이란 비유가 좀 점잖지 못하고 외설적이긴 하겠지만, 잘 열리지 않는 ‘뚜껑니노는 배꼽을 누르면 열린다.’는 속담을 응용하는 일이다. 여기 ‘뚜껑니노’에서 ‘니노’란 여음의 한글 표기를 파자(破字)한 ‘니노지’가 줄어든 말이고 ‘뚜껑니노’란 소음순(小陰脣)이 짝짝이인 여성의 외부생식기를 지칭하는 은어인데.....(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되면 ‘니노지’라고 세로로 바투 붙여 써놓고 오래 들여다보시라.)
피땅콩을 세밀하게 관찰해보면 마치 누에고치처럼 생겼지만 누에고치와는 다른 점이 발견될 터인즉, 전체적인 모양이야 둘 다 둥글고 길쭉하며 가운데가 잘록하니까 비슷하긴 한데, 좀더 열심히 들여다보면 피땅콩은 고치와는 다르게 한쪽 끝은 버선코처럼 약간 뾰족하게 돌출돼 있는 반면 그 반대쪽은 배꼽처럼 조금 오목하게 생겼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배꼽이나 버선코 모양이 발견되었으면 이제 버선코나 배꼽 모양의 한 가운데를 엄지손까락으로 지긋하게 눌러볼 일이다. ‘딱’ 소리와 함께 파땅콩의 배가 직선으로 숨어있던 결을 따라 쫙 갈라졌을 터인즉. 첫 번의 시도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면 한 번만 더 시도해 보시라. ‘뚜껑니노’는 배꼽을 누르면 열리게 되어 있는 법. 장담하노니 배꼽달린 물건이라면 열리지 않고는 못 베길 것을...... 숨을 결을 찾아라, 배꼽을 찾아라, 그러면 열릴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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