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즐거움의 삼각점

               
           글: 사투리                                  월간 다이나마이트 기고


아이들이 서너 살쯤 되면 허리를 구부려 제 두 다리 사이로 뒷하늘의 도치된 현상을 바라보는 버릇이 생긴다. 나이 많은 이들은 이런 행동을 두고 곧 아우 볼 때가 됐음을 예언하지만, 그것은 아이들 스스로가 새로운 변화를 찾는 능력이 생겼다는 증거다.

실마리가 쉽사리 풀리지 않을 때는, 우선 그 문제를 덮어둔 채 잠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하늘과 땅의 도치현상을 바라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이때, 퍼뜩 어떤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지라도 발에 모였던 피가 머리로 모이게 하면 복잡하던 머리 속이 가을하늘처럼 맑아지게 되어 우리에게 활력을 되찾게 해 주며, 끝내는 덮어두었던 그 문제의 해답을 홀연히 얻게도 해준다.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세상을 보는 현상인 도치사고(倒置思考)는 남자와 여자, 강자와 약자, 윗사람과 아랫사람들의 관계에서 서로 반대 입장을 이해하는 노력의 지름길로써, 도치사고를 자주 하는 사람에겐 음지가 양지로 변했을 때 ‘내 울던 곳에 너도 한번 울어 보라’는 서러운 대접을 받지 않게 해준다.

평소에 흔히 하지 않던 치기 어린 행동을 스스로 연출할 때, 살맛 나는 일도 더러 생기는 법이다. 고무줄도 계속 늘여두면 탄성의 한계를 벗어나 원상회복이 어렵듯이, 우리의 생활도 긴장을 연속시키면 탈이 생기게끔 되어 있으니, 거기에 이완이라는 묘약을 적절히 배합시켜야만 생기를 되찾을 수 있게 되는 바, 여기서 심신 이완의 비결을 생각해 보기로 하자.


첫째, 자기가 응원하는 야구팀의 타자가 통쾌한 홈런을 날릴 때면 자신도 모르게 손뼉을 치게 마련인데, 이러한 사실은 원숭이 무리의 생태관찰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현상으로 즐거워서 손뼉을 치게도 되고, 가역적으로 손뼉을 침으로써 즐거움이 불꽃처럼 일어나게도 되는 것이다. 좋은 일이 있거든 박수를 쳐보시라. 더러는 영화를 보다가도 통쾌한 장면이 나오면 박수를 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 영화 속의 배우는 당신이 치는 박수소리를 들을 수 없는데도 말이다. 따라서 박수는 본디, 박수를 치는 쪽이 유쾌해지는 속성을 가졌다.

둘째, 숨을 딱 죽이고 배에 힘을 주면 단전(丹田)에 긴장이 집중된다. 씨름을 하거나 대소변을 볼 때 우리의 모든 긴장은 단전으로 모인다. 이때 누가 옆구리를 간지르면 ‘피식’하고 김이 빠지면서 긴장은 쉽게 이완돼버린다. 그래서 헤밍웨이는 화가 치밀 때마다 휘파람을 불었다고 하지 않는가? 긴장상태에서 피식 웃어보거나 ‘시이이’ 하고 길게 숨을 토하는 것이 긴장이완의 첩경인 것은 단전이 긴장의 중심인 탓이다. 또 내면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 우리는 저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뿜게 된다. 이처럼 숨을 짧게 마시고 길게 토하는 호흡이 심신의 안정을 가져오게 해주기 때문에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이 원리가 노동이나 제사의식에 원용되어 노동요와 종교음악이 탄생되었는바, 모든 노래가 생겨난 바탕에는 긴 한숨의 원리가 깔려 있다.

셋째, 눈길을 걷다가 뜻하지 않게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게 되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엉덩이를 잔잔하게 두드려 주면 매우 즐거워하게 된다. 또 바람에 쓰러진 개울가의 나뭇가지를 타고 앉아 아래위로 우쭐거리거나 자갈길을 트럭을 타고 덜컹거릴 때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것도 꼬리뼈에 자극을 가하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기쁨이 차오르도록 신체구조가 짜여 있기 때문이다.

즐거움은 본디 기뻐지고자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것으로 일상이 괴롭다고 체념하는 사람에겐 결코 찾아들지 못하는 것이다. 인생의 반쪽은 괴로운 것이고 나머지 반쪽이 즐거운 것이라면, 뒤쪽의 반을 내 것으로 만들고 앞쪽의 반은 잊어버리려고 다짐할 때 우리 생활은 새롭고도 싱그럽고 값진 나날이 될 것이다.

위에서 말한 세 군데의 신체 부위, 즉 손바닥과 인후 및 꼬리뼈는 기쁨이 샘솟게끔 조물주가 은혜롭게 점지해준 포인트다. 따라서 사람은 누구나 이 숨은 삼각점의 자극을 통해 단전의 긴장을 이완시켜 즐거움을 누릴 원초적 권리는 지녔다.

기분이 울적할 때는 혼자서라도 손뼉을 쳐보자. 처음엔 느리다가 차츰 빠르고 힘차게 쳐보자. 그래도 모자라면 콧노래를 불러보자. 혼자서 부르기가 멋적으면 옆 사람과 함께 합창을 해도 좋으리라.

노래를 부르자. 점잖은 체면에 어찌 엉덩방아를 찧을 수 있느냐고 하겠지만, 우리 다함께 손뼉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엉덩춤을 추어보자. 마치 관광갔다 돌아오는 버스 속의 사람들처럼.... 그 사람들이 가장 즐거운 사람들이다. 이처럼 삼각점을 동시에 자극하면 상승효과가 나타난다. 그로써 살아있는 즐거움이 거기서 부풀어오를 것이다.

도치사고가 우리의 정신을 살찌게 해주는 것이라면, 즐거움의 샘터인 삼각점의 자극은 괴로움을 잊게 하고 삶에 기쁨과 여유를 가져다 줄 것이다.


Posted by 사투리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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