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복판의 바위 제보다; 이원주
때: 1983. 10. 01. 채록, 곳: 경주시 건천읍 용명리 장승마을
그 인제, 한 번은 또 어디를 가다가 하니까, 봄날인데
논을 인제, 고르고 있어요, 고르고 있는데. 그 논 가운데 큰 바위가 하나 있어 가지고
일하기가 참 불편했던 모양이지. 그 바위를, 사람을 사서 놉을 해 가지고
들춰내서, 결국 그 뿌리를 파 가지고 인제 들춰냈는데 사실은 그게,
들춰내어 파는 데까지는 되었는데 운반이라는 것은 참 어렵잖으냐? 말이지
그래서 그걸 인제 모두, 돌아앉아서 이렇게 애를 써 쌓고 있는데
가만히 보니, 때마침 점심때는 되어 오고 배는 고프고,
그 집에 마침 밥함지는 들에 나와 있고 이때 뭔가 이거 참,
‘배를 좀 채워야 되겠다’, 싶었어. 정만서가
“여보시오, 그 돌, 그걸 못 들어내어서 걱정을 하고 있느냐?” 고
반문을 하는 거라. 하니까.
“아이고 그렇습니다, 아이고 그 어째, 손님은 무슨, 재주가 있느냐?” 고 하니까.
“그까짓 놈의 것쯤은, 그것을 말이지, 내가 밥만, 지금 시장기가 있는데,
술이건 밥이건 간에 좀 주면, 그것쯤은 잠시 내가 들어내 주지.” 이러거든.
”그 잠시 져다 내어 줄게, 바위를 져다 내 줄게.” 그러거든.
“아아, 이 사람은 필시 장사.” 라 생각하고. 옛날에는 특별히 그 저,
힘을 잘 쓰는 사람도 더러 있었으니까 이게 무슨 술법이라도 혹시 있나 싶어서
참 다른 사람들도 밥을 안 먹고 앉아서 구경만 하고서, 실컷 먹였다는 거라.
정만서에게 점심을 실컷 먹여 놓으니까,
“당신네도 걱정 말고 먹어라.”
고 하는 거라 밥을 다 먹고 나서, 천천히 해도
이것은 쉽게 할 모양이니까, 하라고, 그래 다 먹었다, 다들 점심을 먹고,
“자 인제 손님,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이 정도면 그 약속대로 좀 들어내 줘야 되지 않겠느냐?”고 하니까,
“까짓 들어내 주지요. 그런데 내가 그 지게를 져야 되겠는데,
어느 지게가 제일 빡빡하고 실하냐? 지게를 하나 보자.” 이러거든.
그 인제, 지게는 여러 개가 있었지, 여러 갠데, 그래
인제 바위. 바위를 큰 돌을, 파내어 놓은 것을
지게에다 지운다는 것도 어려운 일.
“그 저, 여러분들이 모두 달려들어 저것을 빨리 이 지게 위에다 지워 달라.”고
허허허허. 지게에다 지워 달라는 거라.
그러자 가만 생각해 보니까 아뿔싸, 속은 것이라. 기가 차는 거라.
지게에다 실을 능력이 있으면, 져낼 능력은 필히 있는 것인데
응, 그러니 만약에 여럿이 굴리어서 바위를 지울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은 지게가 부러지는 것이야. 지게가 다 부러져요.
그게 그러……. 그러니 그걸, 약점을 알고 저 사람은 벌써, 아예. 저걸 하면…….
저것, 그런 계획을 속으로 세운 것이라. 그래 가지고,
“허허 여보시오, 저기, 이거 해빠지겠단 말이지.
나도 갈 길이 바쁜 사람인데, 자꾸만 이렇게 지체하면 어쩌느냐?
당신들이 지게에다 지워 줘야 뭐, 내가 져 내든지 말든지 할 터인데, 지게에
실어 줄 수도 없는데, 어떻게 내가 그것을 어떻게 질 수가 있느냐? 말이지,
이젠 어찌 할 수가 없다고. 정 그렇다면 미안하게 되었고. 밥만 잘 먹었다.”
고 하는 판이라. 허허허허. 그런 참, 저게 있지. 정만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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