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묘에 벌초 1

묵은 묘에 벌초 1     제보자; 이원주
때: 1983. 10. 01. 채록, 곳: 경주시 건천읍 용명리 장승마을
 
 
정만서가 누구랑 동행인이 돼 가지고, 길을 이렇게 같이 걸어가게 됐는데
참 사실, 그 상대는 돈도 없었고 이 사람도 돈이 없었고, 그러한데
길을 한동안 가다가 하니까, 어느 산촌을 지나가다가 보니까
이 초상이 나가지고, 묘를 한창 쓰는데 고 밑에 보니까 묵은 묘가 하나 있는 거라.
그때 이 정만서가, 같이 가던 사람을 보고,
“내가 오늘, 술은 물론 밥뿐만 아니라 몇 며칠 동안 먹을 여비를 내가 마련할 테니까
당신은 수고스럽지만, 저 아랫동네에 내려가서 낫만 한 가락을 좀 빌려 오라” 이거라.
“낫을 빌려 오면 어쩌느냐?” 이러니까
“아, 그만, 그건 뭐 어쨌거나 이유 없이 낫만 한 가락 빌려 오라.”는 거라.
그래 낫을 빌려서 오니까, 그 길로 낫을 빌려오니, 산으로 올라가,
묘를 쓰는 델 쫓아 올라가 가지고 위에서는 상여꾼들이 묘를 쓴다고 하는데
그 밑의 묵은 묘에 가서 말이지, 묏등에 난 풀을 베어 젖히면서
대성통곡을 하는 거라.
“하, 이 불효막심한 이 놈이, 객지살이에 돌다가 보니 이래 가지고
다니다가 보니, 이 저, 아버님의 산소 꼭대기에 이런, 저 딴 사람들이 묘를 쓰는
이 시간도 모르고 돌아다녔다.”고
“불효막심한 이 놈이, 이 죽일 놈이.”라 그러고 말이지.
(자기가 자기를 가리키는 말을…….)
그렇지, 한참 서럽게 울고, 막 이래서, 낫을 가지고 풀을 후려서 베 젖히니까
그 위에서 상주가 보니, 기가 차는 거라.
‘야 이것, 때마침 이것, 묵은 묘라고 업신여기고 달려들었는데 저것이 말이지,
저 묘 임자가 나타났으니’
그 옛날에는 바로, 남의 묘 위쪽에 쓰면 살인극이 빚어지는 거야.
그리 되면, 이래 가지고, 거기에서
(남의 묘 위쪽에다는 묘를 못 썼잖아요.)
그렇지,
(□□□□ 묘가 여기에 있는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