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새들에게도 사투리가
사람들만 사투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새들도 사투리로 의사 전달을 하고 사투리로 놀래한다니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우려볼 일이다. 사람의 사투리는 어휘에서 심하고 말의 고저장단에도 있는데 비해, 새들의 사투리는 곡조의 고저장단에 더 심한 듯하다.
우리가 흔히 ‘노고지리’라고 하는 종다리를 새장에서 기를 때는 신호음만 찔찔 내지, 목청을 돋우어 지저귀는 것에는 적지 않은 결함을 발견하게 된다. 이럴 때 소래를 잘 부르게 하려면 새장을 봄의 들판으로 들고 나가 보리밭 상공에서 활개 치는 상태에서 다양하게 변조하며 지저귀는 노고지리 소리를 듣게 함으로써 스스로 배워서 터득하게 하거나, 그것이 어려울 때는 부득이 어미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녹음했다가 틀어줘서 배우도록 한다.
휘파람새도 그렇고 뻐꾸기나 카나리아도 그렇고 새끼들은 어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제대로 된 노래를 배운다. 어미새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배우거나 흉내를 내는 데 소양이 있는 것들로는 지능이 비교적 높은 까마귀과의 갈까마귀, 까치, 어치 등등이다.
이렇듯 듣고 배우다 보니까, 자연히 그 고장에서 지저귀는 새끼들은 그 고장에서만 지저귀는 소리에 익숙해져 있어 자기들만의 독특한 고저장단을 가지게 되어 사투리가 형성되는 것으로, 다른 지역의 새들과 구별되는 속성이 있어 자기와 다른 사투리로 지저귀는 동류에게 텃세를 한다니 우리가 몰랐던 재미있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사람은 강이 있으면 양안의 언어가 달라 등어선(等語線)이 나누어지는데 반해 새들의 경우 강을 맘대로 넘나들 수 있기에 강이 가로 놓여도 등어선은 갈라지지 아니한다.
우리는 모두가 천편일률적으로 평준화 되는 것에 익숙한데, 다른 것의 존재와 남은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행동, 나와 다른 사투리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현상으로 받아들여야만 하겠다.
'창작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7. 자두 서리 실패담 (0) | 2005.03.21 |
---|---|
26 여보게 날 좀 건너주게 (0) | 2005.03.13 |
24. 반 박자 외도(外道) (0) | 2005.03.09 |
23. 에누리 좀 하쟀다가 (0) | 2005.03.08 |
21. 맞수와 문풍지 (0) | 2005.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