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호칭 ‘선비’
퍼온 글
문화 공동체 내의 일반 호칭은 그 문화가 형성한 가치관을 표현한다. 광복 이후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미·영의 일반 호칭인 미스터(MISTER)는 서구 문명이 형성한 인간에 대한 이상형을 상징하고 있다. ‘미스터’라는 말이 ‘마스터(MASTER)’에서 유래되었고, ‘마스터’는 주인, 성주 등 그네들이 중세 봉건사회의 이상적 인간형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35년간 일본의 지배 하에 있었던 시절, 우리가 일부 사용했던 ‘꿍(君)’ 등의 용어 역시 그네들이 이상으로 삼고 있던 봉건 영주를 지칭한 것이다.
이처럼 어느 문화권이든 그 문화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인간형의 호칭을 사람의 호칭으로 사용함으로써 부르는 상대를 최대한 존경하고, 그러한 사람이 되라는 염원을 내포하고 있으며, 불리는 사람 역시 호칭이 상징하고 있는 인격과 자격에 무의식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이것은 언어가 갖는 문화적 상징성이라 하겠다. 따라서 우리들이 일반호칭으로 사용하고 있는 외래 호칭은 우리가 그 호칭을 탄생시킨 문화에 대한 동경은 물론이요, 우리에게 내재한 어떤 잠재의식을 은연중 표출하고 있다 하겠다.
오래도록 우리 민족 대부분 속에 내재하고 있는 외래문화에 대한 동경과 잠재의식을 추방하지 않고서, 어찌 우리가 민족의 자립과 민족 문화의 긍지를 가졌다 하겠는가. 비록 늦었을지라도 우리 스스로 우리 문화가 창출한 이상적 인간상을 따라, 우리 나름의 호칭을 찾아 이를 사용하려는 목적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서로를 높여 ‘선비’라 부르자.
스스로 자존하는 민족만이 자존을 갖는다. 국제화·개방화 시대일수록 민족문화의 특성은 돋아나야 하고 민족의 세계사적 존재 이유가 뚜렷해야만 한다. 마치 긴 악몽과도 같이 자기를 부끄러워하고 업신여겨 온 우리들이, 그 결과 지금 당하고 있는 처지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보다 남을 동경하고, 스스로 남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자기상실의 불행이다.
이 겨레 모두가 ‘선비’가 되자. 서로를 높여 ‘선비’라 부르자. 어디를 가나 당당하고 멋있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우리의 모든 민족적 불행을 근원적으로 치유하는 길은 우리의 우리됨을 찾는 일이고 우리 서로가 높이고 아끼는 일이다. 이 높이고 아끼는 일은 우리 겨레 한사람 한사람이 선비가 되도록 말로써 기원하는 일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다시 찾은 말도 그것이 널리 쓰이고 살아있는 말이 되기 위해서는 부르기 쉽고, 뜻이 있고 그리고 시대적 상황에 적합한,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널리 써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선비’나 ‘선비님’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신문과 방송에서 부르고 대답하고, 이 말이 모든 직장과 일터에서 널리 사용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서로가 권하고 서로가 일깨워 우리를 되찾도록 힘쓰자. 우리 모두가 덕망과 학식을 갖춘 ‘선비 사회’를 이룩해야겠다. ?
(우리를 생각하는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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